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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2

손으로 박아둔 숫자는 전부 썩어 있었다

내 홈페이지에는 내가 만든 것들의 기록이 쌓여 있다. 앱이 몇 개인지, 도구가 몇 개인지, 어떤 버전인지, 마지막으로 언제 고쳤는지. 어느 날 스물아홉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페이지씩 현재 사실과 대조해 봤다. 낡아서 어긋난 항목이 열일곱 건 나왔다. 그리고 그 열일곱 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전부, 예외 없이, 손으로 적어둔 값이었다.

시작은 단순한 지시였다. “홈페이지 전수조사.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자동화가 페이지마다 적힌 내용을 실제 기록 — 작업 장부, 저장소, 배포된 실물 — 과 맞대 보게 했다.

썩은 것들의 목록

결과는 스물아홉 면 중 정상 열아홉, 낡음 확정 열일곱 건, 의심 열세 건.

낡은 것들은 이런 식이었다. 공개 배포한 도구의 버전이 페이지에는 0.5.5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최신은 0.9.2였다. 대여섯 판이나 낡은 숫자가 대문에 걸려 있었다. 제품 개수는 10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12개였다. 스킬 개수는 40이라는데 실제로는 50개. 심지어 “마지막 갱신 7월 6일”이라고 적힌 페이지의 실제 마지막 수정은 7월 19일이었다. 갱신일이라는 항목이 갱신을 놓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숫자들이 거짓말로 태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적던 날에는 전부 참이었다. 버전 0.5.5가 최신이던 날이 있었고, 제품이 10개이던 날이 있었다. 다만 세상이 앞으로 갔는데 숫자는 그 자리에 남았다.

갈림선은 정확했다

열일곱 건을 늘어놓고 보니 패턴이 소름 돋게 깨끗했다.

데이터를 읽어 화면을 매번 새로 그리는 페이지들 — 작업일지 목록, 이슈 기록, 인사이트 모음 — 은 한 건도 썩지 않았다. 원본이 바뀌면 페이지도 같이 바뀌니까, 낡을 방법 자체가 없다.

썩은 건 전부 손으로 박은 상수였다. 개수, 버전, 날짜. “이 값은 자주 안 바뀌니까 그냥 적어두자”라고 판단했던 바로 그 자리들만 정확히 곪아 있었다.

같은 사실을 두 곳에 적으면, 한 곳은 반드시 썩는다. 원본은 늘 갱신되는데 사본은 아무도 안 돌아보기 때문이다.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사람은 두 곳을 평생 같이 고칠 수 없다.

낡음을 잡으러 간 조사원이 낡아 있었다

조사 중에 작은 반전이 하나 있었다.

전수조사가 “죽은 내부 링크”를 하나 적발했다. 누르면 에러가 나는 링크라니, 확정 스테일이다. 그런데 수리하러 가 보니 본류 코드에서는 이미 고쳐져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범인은 조사하던 기계 자신이었다. 그 기계의 작업 사본이 옛 브랜치 — 며칠 전 갈래에 앉은 채로 조사를 돌린 것이다. 최신이 아닌 눈으로 세상을 보니, 이미 고쳐진 것이 아직 고장 나 있다고 읽혔다.

낡음을 조사할 때는 조사 도구부터 최신인지 확인해야 한다. 스테일을 잡으러 간 조사원이 스테일이면, 보고서 자체가 스테일이 된다.

숫자만 바꾸면 더 틀려지는 숫자

수리 단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이 나왔다. 스킬 개수 “40개” 표기다. 실제 보유는 50개니까 40을 50으로 바꾸면 될 것 같지만, 아니었다.

그 페이지의 개수는 카탈로그 목록의 길이에서 나오고 있었고, 카탈로그에는 정말 40개만 실려 있었다. 즉 “40개”는 페이지 기준으로는 참인 문장이었다. 여기서 숫자만 50으로 바꾸면, 40개가 실린 페이지가 50개라고 주장하는 꼴 — 오히려 더 틀려진다.

정석은 하나뿐이었다. 빠져 있던 스킬 열 종을 카탈로그에 실제로 등재하는 것. 그리고 다른 구석에 하드코딩돼 있던 “40개”라는 문구를 목록 길이에서 자동으로 계산되게 바꾸는 것. 앞으로 카탈로그에 뭘 더 넣든 숫자는 스스로 따라온다. 한 줄짜리 교체가 이 자리의 재발을 영구히 막았다.

수리의 정석은 낡은 값을 최신 값으로 갈아 끼우는 게 아니다. 그건 다음 낡음의 예약일 뿐이다. 값이 원본에서 흘러나오도록 배관을 바꾸는 것 — 그게 수리다.

배운 것

손으로 적은 숫자는 반드시 썩는다. 적은 날에는 참이었다는 게 이 함정의 핵심이다. 거짓말은 눈에 띄지만, 낡은 참말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같은 사실은 한 곳에만 두고, 나머지는 전부 그곳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동적으로 그려지는 페이지가 한 건도 안 썩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그리고 낡음을 조사할 때는 조사원부터 의심할 것. 옛 브랜치에 앉은 조사원은 이미 고쳐진 세상을 고장 났다고 보고한다.

열일곱 건을 고치고 배관 몇 개를 바꿨다. 다음 전수조사에서 몇 건이 나올지가 이번 수리의 진짜 성적표다.


적어둔 날에는 전부 참이었다. 그래서 위험하다.

— 강대종 / @ssamss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