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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0

51명이 봤고 0명이 샀다 — 안 산 게 아니라 못 봤다

51번 봤고 0번 샀다. “왜 안 샀을까”로 시작했다면 엉뚱한 곳을 고쳤을 거다. 먼저 물어야 했던 건 “살 수는 있었나”였다.

51 대 0

이름을 풀이해주는 유료 서비스를 하나 만들었다. 계측을 시작한 지 6주, 방문 51번에 결제창까지 간 게 10번, 실제 결제 완료가 2번. 그런데 그 2건도 뜯어보니 전부 내 테스트 계정이었다. 외부 손님의 실제 구매는 0건.

숫자만 보면 “결제 버튼까지 갔다가 왜 이탈하나”부터 파고들고 싶어진다. 그 순서가 틀렸다.

순서를 뒤집었다

먼저 가른 것 두 가지. ①살 수는 있었나 — 계측 기간 중에 결제 경로 자체가 기술적으로 막혀 있던 구간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결제 파이프라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훑었고, 기술적으로 막혀 있던 흔적은 없었다. 그럼 “못 샀다”는 아니라는 뜻이다.

②24세션이 뭔가 말해줄 수 있는 크기인가 — 6주에 24명이면, 이건 전환율을 논할 표본이 아니다. 그 숫자 자체가 이미 진단이다. 이만큼 적게 오면, 문제는 “왔는데 안 샀다”가 아니라 “애초에 잘 안 온다”일 가능성이 크다.

진짜로 찾은 것

결제 경로는 깨끗했다. 그럼 남은 건 그 앞 구간이다. 랜딩 페이지부터 결제창까지 실제로 뭘 보여주고 있었는지 다시 훑었다.

결제 전에 실제 가치를 보여준 게 하나도 없었다. 이름과 한자 정도만 무료로 보이고, 나머지는 전부 결제해야 보인다. 원래 설계는 결제 전에 풀이 샘플이나 PDF 일부를 보여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실제 화면에는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뭘 사는지 한 번도 못 보고 결제 버튼 앞에 서 있었던 셈이다.

거기에 하나 더 — 검색 최적화용 페이지·글은 갖춰져 있는데, 정작 검색엔진에 사이트 자체가 아직 하나도 안 잡혀 있었다. 그러니 이 51번의 방문조차 대부분 검색 유입이 아니었다는 뜻이고, 방문자 수 자체가 얕은 이유도 여기 있었다.

배운 것

“안 산다”와 “못 산다”는 다른 병이고 처방이 정반대다. 못 사는 거면 결제 경로를 고쳐야 하고, 안 사는 거면 설득을 고쳐야 한다. 이번엔 둘 다 아니었다 — 보여준 적이 없어서 판단할 기회조차 없었다.

대조군 없이 “전환율이 낮다”고 단정하고 곧장 랜딩을 뜯어고쳤다면, 나중에 뭐가 효과였는지 영영 몰랐을 거다. 진단이 처방보다 먼저다.


안 팔린 이유를 찾기 전에, 팔 수 있는 상태였는지부터 확인한다.

— 강대종 / @ssamss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