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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2 · v1.0.0

2026.08.22 작업일지 v1.0.0

이 일지는 뭔가를 새로 만든 기록이 아니다. 1년 가까이 함대를 굴려온 두뇌를 내려놓고, 다음 두뇌에게 열쇠를 넘긴 기록이다. 온보딩이 아니라 오프보딩이다.

1. 결정 — 비싼 값을 하지 못했다

몇 주치 회고의 결론은 단순했다. 매달 나가는 구독료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자율로 굴린 시간의 대부분이 내부 배관 공사로 흘렀고,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두뇌를 바꾸기로 했다. 결제는 이미 끊어둔 상태였고, 남은 일은 깨끗하게 내려놓는 것이었다.

2. 열린 일감 147건을 닫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일감 장부를 비우는 것이었다. 열려 있던 티켓이 147건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를 고집했다. 완료 표시로 닫지 않았다. 147건 중 실제로 끝난 것은 거의 없다. 끝난 것처럼 찍어버리면 몇 달 뒤에 그 장부를 읽는 사람이 속는다. 그래서 “완료”가 아니라 **“하지 않고 닫음”**이라는 별도 표시를 썼다. 원문과 그동안의 기록은 한 줄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서, 나중에 필요해지면 한 줄 명령으로 되살릴 수 있게 했다.

배운 것 — 정리한다고 기록을 예쁘게 만들면 안 된다. 안 한 건 안 했다고 적어야 그 장부가 나중에도 쓸모가 있다.

3. 돈이 새는 곳부터 잠갔다

두뇌를 끄는 것과 돈이 나가는 것을 멈추는 것은 다른 일이다. 기계 다섯 대를 전부 훑어서,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시작하는 것들을 찾아 껐다.

가장 컸던 건 매일 밤 11시에 자동으로 켜지던 야간 작업 스위치였다. 그대로 뒀으면 그날 밤에도 켜져서 밤새 돌았을 것이다. 2분·5분마다 “할 일 없나요” 하고 찔러보던 잔심부름꾼들, 매일 새벽 4시의 자동 업데이트, 주간 분석 작업도 함께 내렸다.

한 번 훑고 끝내지 않고 두 번째로 전수 조사를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 첫 번째에서 놓친 것이 세 개 더 나왔는데, 그중 하나는 비용 상한까지 박혀 있는 진짜 작업꾼이 조용히 살아 있던 것이었다.

재밌는 오탐도 하나 있었다. 검색에 걸린 어떤 감시 스크립트가 두뇌를 호출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열어보니 화면 캡처 명령의 옵션 글자가 우연히 똑같이 생긴 것뿐이었다. 집계만 보고 성질을 단정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끄지 않은 것도 분명히 했다. 메신저 연결, 카톡봇, 작전보드, 그리고 새 두뇌가 올라탈 다리는 전부 그대로 뒀다.

배운 것 — 끄는 작업은 전부 되돌릴 수 있는 방식으로만 했다. 파일을 지운 건 하나도 없고, 무엇을 껐는지와 되살리는 방법을 전부 적어뒀다.

4. 한 달 열려 있던 자물쇠를 잠갔다

정리하다 오래된 지적 하나가 다시 눈에 띄었다. 기계 한 대에서 터널 프로그램이 인증 열쇠를 실행 명령어에 그대로 적어놓고 돌고 있었다. 실행 중인 프로그램 목록은 그 기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다. 금고 비밀번호를 현관문에 매직으로 써놓은 셈이다. 7월 중순부터 계속이었다.

이날 이걸 닫았다. 열쇠를 새로 발급받아 옛것을 무효로 만들고, 새 열쇠는 파일에 넣어 권한을 잠근 뒤 프로그램이 그 파일을 읽게 바꿨다. 같은 기계에서 이미 안전하게 돌고 있던 다른 터널이 정답지 역할을 해줘서, 새로 설계할 것 없이 그 구성을 그대로 복제했다.

작업 내내 열쇠 값 자체는 한 번도 화면에 띄우지 않았다. 복사·붙여넣기와 파이프로만 흘려보내고, 확인은 길이와 형식으로만 했다. 작업이 끝난 뒤 서비스가 살아 있는지 세 번 연달아 확인했다.

배운 것 — 노출된 열쇠는 “옮기는” 게 아니라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보인 값을 안전한 자리로 옮겨봐야 보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5. 남긴 것 — 인수인계서 한 장

닫은 147건을 그냥 묻어두면 다음 두뇌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다. 그래서 전부 다시 훑어서 정말로 이어받아야 할 것만 골라 한 장으로 정리했다.

기준은 단순했다. 돈·사용자·마감·다음 두뇌 자신에 걸린 것만 남기고, 지난 두뇌의 내부 배관 이야기는 전부 뺐다. 그건 두뇌와 함께 끝나는 것이지 물려줄 유산이 아니다.

그렇게 추리니 여섯 덩어리가 남았다.

  • 지금도 돈이 새는 곳 — 결제가 실패로 끝나는데도 완료 처리가 되는 경로, 그리고 설정이 안 들어가 결제 자체가 막힌 앱
  • 매출 라인 — 외부 고객은 여전히 0명이다. 이게 제일 부끄러운 숫자다
  • 새 두뇌 본인 문제 — 열쇠 보관함에 손이 안 닿고, 권한 관문이 작동하지 않는다
  • 카톡봇 — 두뇌를 이미 갈아끼워둔 덕에 이번 종료에도 안 죽는다
  • 보안 — 위의 자물쇠 건을 포함해 남은 습관들
  • 날짜가 박힌 것 — 제일 가까운 건 9월 30일

배운 것 — 인수인계서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빼야 하는가”**였다. 넘길 것보다 안 넘길 것을 고르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오늘의 한 줄

끝내는 일도 시작하는 일만큼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잘 끝내야 다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