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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

5대를 한 화면에 — 컴퓨터들이 일하는 걸 보고 싶었다

바이브코딩 뉴스레터 Ep.14 — 다섯 대의 컴퓨터를 폰 한 화면으로 지켜보는 작은 관제탑 만들기


집에 컴퓨터가 다섯 대 있다. 맥북, 맥미니, WSL 돌리는 데스크탑, 그래픽카드 꽂은 데스크탑 하나 더, 그리고 노트북. 처음엔 한두 대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다섯이 됐고, 각자 다른 일을 시켜놓고 있다. 어떤 놈은 앱을 빌드하고, 어떤 놈은 밤새 자잘한 점검을 돌리고, 어떤 놈은 그냥 켜져만 있다.

문제는 내가 이걸 한눈에 볼 방법이 없었다는 거다. 맥미니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면 거기에 원격으로 붙어서 확인하고, 노트북이 살아있나 보려면 또 거기 붙고. 다섯 번을 따로 들여다봐야 했다. “그냥 웹페이지 하나 열면 다섯 대가 지금 뭐 하는지 쫙 보이면 안 되나?” 이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만드는 과정

이름은 그냥 ‘초소(choso)‘라고 붙였다. 보초 서는 초소처럼 다섯 대를 지켜보는 곳이라는 뜻이다. 거창한 모니터링 도구를 쓰고 싶진 않았다. 그런 건 설정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그래서 가볍게 갔다. 각 컴퓨터가 자기 상태(지금 뭐 하는 중인지,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시각 같은 것)를 짧은 텍스트로 어딘가에 올려두면, 웹 서버 하나가 그걸 모아서 한 페이지에 타일처럼 그려주는 구조다.

서버는 파이썬 uvicorn으로 띄웠다. 맥미니가 24시간 켜져 있으니 거기에 얹었다. 바깥에서도 폰으로 보고 싶어서 Cloudflare 터널을 통해 밖으로 뚫었다. 여기까지는 의외로 술술 됐다. 다섯 대가 각자 신호를 보내고, 페이지를 열면 타일 다섯 개가 뜨고. 됐다 싶었다.

화면이 안 바뀌던 함정

진짜 삽질은 그 다음이었다. 대시보드 디자인을 좀 고쳤다. 타일을 가로 한 줄로 정리하고, 안 쓰는 경로 표시를 지우고. 코드를 고치고 서버에 반영했는데 — 페이지가 안 바뀐다. 새로고침을 해도 옛날 화면 그대로다.

처음엔 코드를 잘못 고쳤나 의심했다. 다시 들여다봐도 멀쩡하다. 한참을 헤매다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내가 띄운 서버가 코드를 고쳐도 자동으로 다시 읽지 않는다는 거였다. 개발할 땐 파일을 고치면 서버가 알아서 재시작되는 옵션을 켜두는데, 24시간 돌리는 서버엔 그걸 빼놨던 거다. 그러니 코드만 새로 받아오고 서버는 옛날 코드를 그대로 물고 있었다. 코드를 당겨받은 다음 서버를 직접 껐다 켜줘야 새 화면이 나왔다.

또 하나는 브라우저 캐시. 서버를 재시작해도 내 폰이나 브라우저가 “어차피 똑같은 페이지겠지” 하고 예전에 받아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강력 새로고침을 하고 나서야 바뀐 화면이 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거 모르고 있을 땐 “분명히 고쳤는데 왜 안 바뀌지”를 한 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다. 코드가 아니라 코드 바깥(서버가 코드를 다시 읽는가, 브라우저가 새 걸 받아오는가)을 의심해야 한다는 걸 매번 까먹는다.

배운 것

만들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 도구는 내가 게을러지려고 만든다는 거다. 다섯 대를 다섯 번 들여다보기 귀찮아서 페이지 하나로 합쳤다. 그 게으름이 정당하다.

그리고 “안 바뀐다”는 증상을 만나면 코드부터 의심하지 말자는 것. 코드는 멀쩡한데 그 코드가 실제로 돌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이 진짜 최신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비전공자가 AI랑 같이 만들다 보면 코드 자체엔 점점 익숙해지는데, 이런 “배포의 함정”은 안 알려주면 모른다. 직접 한 시간 깨져봐야 몸에 남는다.

지금은 폰을 열면 다섯 대가 지금 뭐 하는지 한 화면에 뜬다. 별거 아닌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가 만든 작은 관제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