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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

폴더 한 칸 차이로 안 되던 자동화 — 사소한데 중요한 것들

바이브코딩 뉴스레터 Ep.16 — 비전공자가 자꾸 걸려 넘어지는 건 거창한 기능이 아니라 경로·이름·링크다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생각을 한다. 코딩을 모르고 시작한 나 같은 사람이 AI로 앱을 만들 때, 정작 발목을 잡는 건 거창한 기능이 아니라는 것. 그럴듯한 화면, 복잡한 로직, 결제 연동… 이런 건 오히려 Claude한테 시키면 척척 나온다. 문제는 늘 사소한 데서 터진다. 폴더 위치, 파일 이름, 링크 한 줄. 눈에도 잘 안 띄는 것들이 결과를 갈라놓는다.

분명히 만들었는데 안 잡힌다

며칠 전 일이다. 내가 쓰는 자동화 도구에 “스킬”이라는 게 있다. 특정 작업을 미리 정의해두면, 내가 말만 하면 알아서 그 절차대로 처리해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오늘 일지 써줘” 하면 정해진 양식으로 작업일지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주는 식. 이런 스킬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폴더를 만들고, 안에 정의 파일을 넣고, 설명을 적었다. 분명히 다 했다.

그런데 안 잡혔다. 분명히 만들어뒀는데 “그런 기능 없는데요”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적었나 싶어 정의 파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오타도 없고, 양식도 맞다. 다른 멀쩡히 돌아가는 스킬이랑 한 글자씩 비교해봐도 똑같았다. 한 시간을 그렇게 째려봤다.

범인은 폴더 한 칸이었다

알고 보니 문제는 파일 내용이 아니라 폴더 위치였다. 멀쩡히 돌아가던 스킬들은 전부 skills/ 폴더 바로 아래에 자기 폴더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새로 만든 건 정리한답시고 skills/new/ 안에 한 칸 더 깊이 넣어둔 거다. 도구는 딱 한 단계 깊이까지만 스킬을 훑어보게 되어 있었고, 내가 넣은 자리는 그 시야 밖이었다. 내용은 완벽했지만, 애초에 보이지가 않았던 거다.

폴더를 한 칸 위로 끌어올리니 그 즉시 인식됐다. 한 시간을 잡아먹은 문제의 해결책이 폴더 드래그 한 번이었다. 허무하면서도, 좀 분했다.

비전공자가 자꾸 걸려 넘어지는 것들

이 일을 겪고 나서 돌아보니, 지금까지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힌 건 죄다 이런 류였다.

  • 경로(폴더 위치): “내용이 맞으면 어디 두든 상관없겠지” — 천만에. 도구는 정해진 자리만 본다.
  • 심볼릭 링크: 같은 파일을 여러 곳에서 공유하려고 링크를 걸어뒀는데, 한쪽에서 깨지면 다른 쪽까지 조용히 망가진다. 에러도 안 뜬다. 그냥 “옛날 내용”이 나온다.
  • 네이밍 규칙: 파일 이름에 대문자 하나, 띄어쓰기 하나가 달라서 못 찾는 경우. 사람 눈엔 같은 이름인데 컴퓨터한텐 완전 다른 파일이다.

전공자라면 “아 그거 경로 문제네” 하고 0.5초 만에 의심할 자리를, 나는 한 시간 동안 엉뚱한 데를 판다.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의심하는 순서의 차이다. 그들은 안 될 때 “환경”부터 의심하고, 나는 “내용”부터 의심한다.

배운 것

그래서 요즘은 뭔가 분명히 했는데 안 되면, 코드 내용을 째려보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묻는다. “이거 제자리에 있는 거 맞아? 이름 맞아? 잘 연결돼 있어?” AI한테도 “내용 말고 위치랑 이름부터 확인해줘”라고 콕 집어 시킨다. 그러면 정말 많은 문제가 거기서 끝난다.

큰 기능은 만들기 어려워 보여도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 정작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이런 사소한 디테일, 보이지도 않는 한 칸 차이다. 비전공자로 앱을 만들면서 배운 게 있다면, 화려한 기능을 좇기 전에 이 작은 것들을 먼저 챙기는 습관이다. 폴더 한 칸, 이름 한 글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되고 안 되고를 가르는 건 늘 그 별것 아닌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