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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1

같은 군대를 갔는데, 누구는 전역 후에도 캐시백 — 나는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변호사 없이 GPT와 함께 헌법소원을 넣어봤습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청구기간의 벽을 만났습니다.

1. 발단

나라사랑카드라는 게 있습니다. 군 복무 중에 봉급도 받고 전자병역증 노릇도 하는 카드인데, 이게 전역 후에도 계속 쓰입니다. 만료돼도 재발급이 되니까 사실상 평생 들고 다니는 카드죠. 대중교통·편의점 캐시백, 영화·OTT·통신 할인 같은 게 붙어서 ‘사회인용 체크카드’로 더 많이 쓴다고들 합니다.

저는 이 카드를 못 받습니다. 1985년생이라서요.

2. 왜 나는 못 받나

카드는 2007년 1월부터 발급됐고, 발급 대상은 “2007년 1월 이후 병역판정검사(옛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사람”입니다. 저는 2004년 4월에 신체검사를 받고, 2005년 8월에 입영해 2007년 8월에 만기전역했습니다. 카드 제도가 출범하던 2007년 1월, 저는 여전히 현역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검사받은 날’이 2007년 1월 이전이라는 이유로 발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실제로 신한카드 앱으로 신청해봤더니 “병무청 자격조회 결과 신청이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만 떴습니다.

3. 이상하지 않나

같은 병역의무를 이행했습니다. 누구는 이등병으로, 저는 병장으로 같은 시기 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드 제도 시행 ‘시점’ 하나로, 그 후에 검사받은 사람은 전역 후에도 캐시백·할인 카드를 쥐고, 그 전 사람은 0입니다. 군 복무라는 본질은 같은데 ‘언제 검사를 받았나’라는 우연이 그 뒤의 혜택을 가릅니다.

이게 헌법 제11조 평등권에 걸리지 않나 — 그렇게 생각해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4. 변호사 없이, AI랑 같이

변호사는 없었습니다. 대신 GPT가 있었죠.

2026년 4월에 청구서를 넣자 헌재 제3지정재판부에서 보정명령이 왔습니다. 발급 거절 일자·사유, 병역판정검사일·전역일을 구체적으로 대라는 거였죠. 솔직히 막막하진 않았습니다. GPT한테 상황을 던지고 같이 다듬어서, 거의 ‘딸깍’에 가깝게 형식을 갖춰 보정서를 다시 냈습니다. 병적증명서·병역증·거절 화면 캡처를 붙여서요. 평소 앱 만들 때랑 똑같았습니다 — 막히는 부분은 AI한테 묻고, 나온 걸 내 손으로 정리해서 제출하는 거죠.

법률 문턱이 높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형식을 갖춰 제출하는 것’까지는 이제 개인도 도구만 있으면 해내는 시대더군요.

5. 그리고 — 각하

2026년 5월 12일, 결정문이 왔습니다. 주문은 한 줄이었습니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위헌이냐 아니냐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유는 절차였어요 — “기본권 침해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이 지나 청구해서 청구기간을 넘겼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재판관 전원일치. 본안은 닫혔습니다. 사법적 판단은 단 한 번도 내려지지 않은 셈입니다.

6. ‘1년’이라는 벽

헌법소원에는 청구기간이 있습니다.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이죠. 내용이 옳든 그르든, 늦으면 문조차 열리지 않습니다. 제도를 두드리려면 ‘타이밍’이 곧 자격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7. 그래도

국방부는 국민신문고 답변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새 제도는 시행 이전에 소급하지 않는다는 원칙(행정기본법 제14조), 전자병역증 겸용이라 소급 적용엔 기술·예산 한계가 있다, 세대 차별 의도는 아니다. 행정 논리로는 일리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 카드 혜택은 국가 복지라기보다 카드사의 상업 부가서비스 성격도 있고요.

그래도 같은 의무를 진 사람들 사이에서 ‘검사 시점’이라는 우연으로 그 뒤가 갈리는 구조가 ‘합리적 차별’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앱 만드는 사람이 제도까지 직접 디버깅해본 셈인데 — 이번엔 컴파일 에러(각하)가 나서 로직은 실행도 못 해봤습니다. 그래도 직접 두드려본 값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부당하다고 느끼면, 이번보다는 빨리 움직이겠죠.


주: 나라사랑카드는 만료돼도 재발급으로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가혜택(캐시백·할인)의 구체적 구성·한도는 카드사(신한·IBK·하나 등)와 시기마다 다르고, 신한 기준 부가서비스는 카드 출시 후 3년간 유지가 보장되며 그 이후 약관은 카드사 정책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검증 팩트: 사건 2026헌마1133 「나라사랑카드 발급 및 유지기준 위헌확인」 / 청구인 강대종, 피청구인 국방부장관 /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 결정일 2026. 5. 12. / 주문: 각하 / 사유: 청구기간 도과(헌재법 제69조 제1항), 제72조 제3항에 따라 각하, 관여 재판관 전원일치 / 재판장 재판관 조한창.